멕시코에서 산 자물쇠

작고, 어찌보면 싸구려, 그러므로 문을 잠그는 기능보다 심리적인 안정에 더 도움이 되었던 칸쿤에서 산 자물쇠. 하나는 칸쿤 호스텔에서 한화로 대략 삼천원 정도를 주고 샀고, 하나는 호스텔 가까이에 있는 잡화점에서 샀기 때문에 형태는 비슷하지만 크기와 색깔이 다르다. 칸쿤에는 잡화점이 많았다. 특히나 호텔 주변에도 하나 있었는데 다이소라고 하기엔 문구점에 가까운 분위기였고 문구점이라고 하기엔 거기엔 빈티지샵만큼이나 오래된 물건들이 있었다. 공예품부터 오래된 라디오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곳. 호스텔 주인은 거기 가면 네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예고했었는데 정말 그랬었다. 이 자물쇠는 매우 작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잘라버릴 수 있을 만큼 연약하게 생겨서, 내가 묵은 방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정직했던 건 정말 다행이었다. 

연관된 기억

칸쿤에 도착한 첫 날 비행기에서 나던 습기의 온도- OXXO 편의점에서 유심을 사는 것을 시작으로 나는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으레 하는 의식들을 수행했다. 인터넷을 되찾고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호텔 사물함에 짐을 넣고 자물쇠로 잠그고 일단은 땀에 절은 옷을 벗어 모국과 다른 내음을 풍기는 물에 몸을 적신다.

체크인을 기다리며 짧은 낮잠을 자는 동안 청소하는 어린 아이가 흥미롭게 쳐다보는 걸 알지만 잠기운이 더 강하다. 그리고 옷을 입고 나왔다. 씻은지 얼마 안됐지만 칸쿤의 습도는 서늘함과 쾌적함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고 빨래집을 찾아 밀린 빨래를 맡기고 칸쿤 카페의 프라푸치노를 마시고 친구가 주었던 베이프를 한 모금 빨고 내뱉으면서, 칸쿤의 강한 햇살 사이로 실눈을 뜨고 익숙하지 않은 건축 양식들을 감상했다. 피어싱 집을 지나면서 진지하게 코뚜레 피어싱을 고민하기도 했었다.